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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특성

한 마디 원망도 없이 한 번 더, 

소중한 생명들을 길러온 자연의 너그러움

 

  

검게 타버렸던 들판에 다시 파란 풀이 돋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필요했을까요? 그 풀을 먹기 위해 동물들이 찾아오기까지는 또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했을까요? 다시금 소중한 생명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준 그 땅에 미안함과 감사함을 함께 전하고 싶습니다.

 

  

<녹슨 철모 옆의 다람쥐> 사진_전영재

<녹슨 철모 옆의 다람쥐> 사진_전영재

  

  

 

   

DMZ 생태계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모르고 있는 것

 

우리가 DMZ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보존되어 있는 생태계의 보고’라는 것이다. 각종 신문기사나 TV 방송을 통해 우리는 DMZ를 가로질러 날아가는 철새들이며, 맑고 투명한 물속을 자유롭게 노니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봐왔다. 벌판을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노루며 고라니, 절벽 위에 우뚝 서 있는 산양의 모습은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땅 위에서도 새 생명을 자라게 만드는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과연 이 모든 것이 진실일까? 

 

사실 DMZ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보존된 곳’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DMZ는 6.25 전쟁 당시 격렬했던 전투가 이어지던 곳이다. 전선은 전쟁기간의 2/3를 DMZ 일대에서 소비했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집과 농경지가 파괴되었듯이 동물들의 보금자리들도 파괴되었다. 높은 산을 먼저 빼앗으려는 ‘고지전’이 이어지면서 숲의 식물들도 불에 타 사라졌다. 전쟁이 끝나자 이제는 동서를 가로지르는 철책선이 놓여 산줄기를 따라 움직이는 동물들의 이동로가 차단되었다. 동물들의 몸에 붙어 이동하던 식물의 종자들도 더 이상 퍼져나가지 못했다. 즉 DMZ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아 천혜의 자연이 보존된 곳이 아니라 혹독한 전쟁 간섭과 정전 이후 군사작전으로 인한 심각한 인간 간섭에 지쳐있는 땅이라고 할 수 있다.

 

<남방한계선 철책선 위의 청호반새> 사진_전영재

<남방한계선 철책선 위의 청호반새> 사진_전영재

 

 

DMZ의 생태계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면 그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DMZ의 자연'은 어디에 있을까? 이는 대부분 민간인 통제구역의 것들이다. 'DMZ’와 ‘민간인 통제구역’의 범위를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혼동했던 데서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DMZ와 민간인 통제구역은 위치상 인접해있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끼칠 수는 있다. 하지만 철원 평야나 대암산 용늪, 두타연 등 민간인 통제구역 내의 주요 생태지역들을 ‘DMZ의 자연’으로 소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양한 생물종들이 모여 이루는 독특한 생태계 

 

DMZ와 민간인 통제구역은 엄격한 군사지역이면서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다양한 야생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한반도의 동서 생태축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6.25 전쟁 이후 지속적인 군사작전과 활동으로 영향을 받았고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되어 야생동식물의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지역은 매우 독특한 생태계 복원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DMZ 일원의 생태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6.25 전쟁 이후 60년이 지난 지금 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되었던 생태계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을까?”라는 질문이 전제되어야 한다. 

 

DMZ 일원에는 군사상 목적, 또는 자연적인 이유로 주기적인 산불이 일어난다. 이러한 산불은 산림을 훼손시키지만 한편으로는 초본식물들의 성장을 촉진시켜 더 많은 초식동물이 살아갈 수 있는 서식처를 만들어준다. 또한 산불이 났던 지역은 식물 생태의 천이(遷移 : 일정한 지역의 식물 군락이나 군락을 구성하고 있는 종들이 시간의 추이에 따라 변천하여 가는 현상)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써 DMZ 일원의 생물들을 다양하게 만든다. 임업연구원 또한 1995년부터 2000년까지 DMZ 일원을 대상으로 산림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DMZ 일원은 “잘 보존된 생태계라기보다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채 군사활동이 이루어지는 중에 전반적으로 열악하나 특정 구역에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게 유지되고 있는 매우 특이한 생태계‘라 정의하고 있다. 

 

 

■ 환경부 ‘DMZ 일원 생태계 조사 : 민통선 이북지역 생태계 조사’ 결과

 

식물상 

총 798분류군(102과 382속 616종 3아종 144변종 34품종 1잡종)의 식물 확인 

저서성대형무척추 

고유종 총 9종 확인

담수어류 

총 14과 49종 10,326개체 어류 확인 

양서·파충류 

양서류 총 2목 7과 11종 확인

파충류 총 1목 4과 8종 확인 

조류 

총 121종 4,215개체 확인 

포유류 

총 19종 확인 

 

 

 

 

드넓은 습지와 평야가 펼쳐지는 철새들의 보금자리 

 

DMZ 일원의 특징 중 하나는 습지생태계가 잘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역에는 동부지역의 계곡습지와 호수습지에서 서부지역 저지대의 습지까지 다양한 형태의 습지가 넓게 분포되어 있다. 이곳은 과거 많은 이들이 거주하며 논농사를 짓던 곳이다. 이런 곳들이 6.25 전쟁 이후 60여년 간 방치되면서 습지생태계로 발달한 것이다. DMZ 일원의 습지 생태계는 과거 농경지나 저지대였던 곳이 어떻게 습지로 발전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DMZ 일원은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를 포함한 동북아 철새들의 보금자리이자 이동경로다. 철원평야 지역, 판문점 지역, 임진강과 한강이 서해안과 만나는 한강 하구는 이들 철새들의 최종 기착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철원평야에서는 매년 3,000여 마리의 독수리가 월동하고 있기도 하다.

 

  • <한강하구 장항습지의 버드나무 군락> 사진_고양시청

    <한강하구 장항습지의 버드나무 군락> 사진_고양시청

  • <철원평야에서 월동하는 독수리들> 사진_철원군청

    <철원평야에서 월동하는 독수리들> 사진_철원군청

 

 

DMZ 일원의 식물 분포 또한 독특하다. 이곳에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로 분류되는 기생꽃, 날개하늘나리, 닻꽃, 대청부채, 매화마름, 산작약, 왕제비꽃 등과 고유의 식물종인 금강초롱꽃, 노랑무늬붓꽃, 등대시호, 솜다리 등이 자라고 있지만 귀화식물들 또한 함께 번성하고 있다. 이들 귀화식물은 주로 서양민들레, 돼지풀, 단풍잎 돼지풀, 달맞이꽃, 개망초 등이다. 특히 북미가 원산지인 단풍잎돼지풀과 돼지풀은 번식력이 왕성해 토착 식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 외래종은 6.25 전쟁 당시 미군의 군수품에 의해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DMZ 일원은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자연 생태계를 지니고 있으며 전쟁 이후 자연 생태계의 변화과정을 잘 보여주는 연구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세계적인 생태·평화지역을 향한 발돋움 

 

현재 DMZ는 국내보다는 국외에 더 잘 알려져 있는지도 모른다. 6.25 전쟁에 대한 아련한 기억,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에 대한 호기심, 전쟁으로 황폐해졌던 땅이 어떻게 변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외국인들은 DMZ를 찾아온다. DMZ 일원의 생태적 가치에 먼저 관심을 보였던 것도 국내보다는 국외였다. 미국 스미소니언연구소, UNDP(국제개발기구) 등이 DMZ 일원의 생태계 조사에 직접적인 지원과 협력을 한 바 있고, IUCN(국제자연보존연맹)과 UNEP(유엔환경계획)은 남북한 양측에 DMZ 국제환경공원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또한 유네스코 접경생물권 보전지역 지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쟁으로 황폐화된 땅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독특한 자연 생태계로 거듭난 곳, 다양한 동식물들을 ‘멸종’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는 어머니의 품 속 같은 곳. 이 작지만 소중한 생명들이 살고 있는 땅을 지키기 위해서는 DMZ를 세계적인 생태·평화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남북의 군사적 대치지역인 DMZ, 그 긴장감이 감도는 땅 바로 옆에는 세계가 주목하는 자연 생태계가 살아 숨쉬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미래가 분단과 단절일지, 평화와 공존일지는 우리의 선택과 노력으로 결정될 것이다. 

 

 

정보등록

2014.08.11.

정보확인

2016.11.03.

2017.04.11. 

 

 

출처

  • 『DMZ 일원 생태계 조사 : 민통선 이북지역 생태계 조사』(2012),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

  • 『미래를 위해 남겨 놓은 과거, DMZ』(2010), 함광복, 통일부 통일연구원

  • 『DMZ 일원의 환경보전 기본 방안』(2003), 전성우·변병설·이병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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