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여행후기
[DMZ공모전] 멀리서 보는 것의 즐거움, 파주 DMZ 여행
- 작성자성진모
- 작성일2020.12.20
- 조회수1978
요즘처럼 사람이 붐비는 지역이나 건물을 방문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때, 자연친화적이면서 한산한 장소를 방문하고 싶다면, 인적이 드문 국경 근처의 DMZ 주위를 탐방하는 것도 좋다.
DMZ는 우리나라를 횡단해서 걸쳐 있고 도시마다 관광지가 조성되어있어서 사람이 붐비지 않는 좋은 장소가 많이 있는데, 이번에는 올해 파주DMZ 평화 곤돌라가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많이 붐비지 않는 시간을 택해서 파주로 향했다.
새롭게 개관한 곤돌라 매표소 앞에는 넓은 공원을 맘껏 산책했을 강아지가 사람들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었다.
평소라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을 매표소의 대기줄은 아무도 없었으며, 손 소독제와 최신 열화상 체온 측정기로 조심스럽게 손님을 받고 있었으며, 코로나19예방 수칙에 맞게 꼭 일행끼리만 곤돌라를 이용하도록 되어있었다.
곤돌라에 탑승 후 바라본 임진강과 들판은 이미 겨울 색이 짙게 내려앉아서, 쓸쓸한 기운을 한 층 높여주었으나, 함께 간 조카의 손 인사에 반갑게 손 인사를 해주는 반대편의 곤돌라 탑승객들 덕에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
평소라면 전망대에 오르느라 힘들었던 사람들의 쉼터가 되어주고자 분주했을 평화정은 조용히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평화정 앞에 우뚝 서 있는 임진강 평화등대는 말없이 북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바로 다시 곤돌라를 타고 돌아가기 아쉬워서 건물을 잠깐 둘러보다가 마주한 카페 안에는 몸을 녹이려는 사람들이 조금 있었는데, 카페 안에서 쉼 없이 왕복하는 곤돌라들을 보고 있자니, 매우 평화로운 기분이 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군사적으로 긴장상태에 있는 곳에서 맞는 평화라니! 이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에 더욱 소중했다.
곤돌라를 뒤로하고 다시 임진각으로 돌아와서 전망대를 찾았다. 예전에는 전망대에서 보면 북한 사람들이 소로 밭을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주인 잃은 눈들이 제각각 망연히 북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갈 곳 잃은 눈들 중 하나에 500원으로 생기를 불어넣고 북쪽을 바라봤는데, 얼어붙은 땅 밖에 볼 수 없었다.
임진각을 찾을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는 바람개비에게 다음을 기약하는 인사를 하고,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임진각을 둘러볼수록 말하기 어려운 아쉬움이 많이 남았고, 곳곳을 둘러보는 내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귓가에 맴돌았다. 정치와 이념의 대립을 떠나서, 언젠가는 좀 더 교류방법이 다양하고 완화되어 서로의 문화자원을 즐길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