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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바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 작성자변주영
  • 작성일2016.10.21

울산바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글쓴이: 변주영)

새벽4, 트래픽잼을 피해 우린 일찌감치 자동차에 올랐다. 서울-춘천고속도로를 쌩~ 달리고 국도를 스르륵~ 달린 후, 아주 길다란 터널 2개를 지나면, 우리 눈 앞에 장관이 펼쳐진다.

바로 울산바위다!

잘생긴 바위는 금강산으로 모두 집합이란 소문을 듣고 길 떠난 경남 울산의 큰 바위가 미처 금강산까지 가지 못하고 설악산에 눌러 앉았다는 전설의 바위.

금강산에 가지 않아서, 울산으로 돌아가지 않아서 고맙다!” 눈인사를 보내며, 이제야 복잡한 서울을 벗어난 걸 실감한다.

 

허기진 뱃속에 순두부 보다 좋을 게 있을까! 우리땅에서 키운 좋은 콩을 정성껏 씻고 불리고 갈아 만든 순두부 한 그릇으로 해장한 우린 다시 차에 몸을 싣고 달린다.

 7번 국도를 따라 달리는 기분은 언제나 상쾌하다. 아침햇살을 받아 청초하게 빛나는 동해바다. 우리는 <청간정>에 들러 감탄의 말조차 아끼며 바다 위를 꽉 채운 시퍼런 허공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문암리에는 오직 파도소리만 들으며 바다를 볼 수 있는 비밀의 장소가 있다. 잘 발효된 치즈마냥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를 타고 넘는 순간, 시선이 확 트이면서 바다가,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아무 바위에나 척 걸터앉아 바닷바람을 실컷 맞고 실컷 먹는다. 머리를 젖혀 하늘을 보니, 어느새 몰려온 구름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머리를 식혀준다.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문암리 바로 옆 백촌리에는 <식객>에 나올 만큼 맛있는 막국수집이 있다. 막국수 맛도 일품이지만, 명태식혜를 얹어먹는 수육의 맛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에겐 설명할 길이 없다. 이 집의 주인장은 하루에 돼지 3마리를 썰어내느라 손목에 관절염이 걸렸다던가. 속초나 고성 여행자들에겐 1번으로 추천하는 식당, 바로 백촌막국수.

 

다시 차를 타고 달린다. 마음 내키면 어느 바닷가에서든 차를 세우고 걷는다. 청정바다에서 불어 오는 바람이 해송 숲 사이를 누빈다. 어제 센 바람이 불었던 게지. 바닷가에 거뭇거뭇한 줄기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도시 아이들에겐 신기하기만 한 이상한 물체. “그게 바로 미역이야라는 말에 아이들은 열심히 미역을 주워담는다. “엄마, 이걸로 미역국 끓여주세요.”

 

이렇게 놀며 쉬며 우리나라의 최북단을 향해 자꾸만 자꾸만 오르다 보면 저기 멀리 금강산콘도가 보인다. 금강산 육로관광이 성할 때는 객실이 늘 만석이었다던데, 지금은 로비가 한산하다. 콘도 앞 조용한 바닷가에서 잠시 쉰 우리는 다시 차에 오른다. 애초에 목적지가 있는 여행은 아니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그곳!!에 가보지 않을 수 없다는 데 모두의 마음이 통했다. 어디? 통일전망대!

 

그러나, 우리의 여행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무계획의 여행이 종종 겪게 되는 일이지만, 오늘은 아쉬움이 남다르다. “곧 관람시간이 끝나서 지금은 입장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듣고, 우리는 여기서 멈춰야 했다. 내 집 가는 길이 갑자기 막혀버린 느낌. 북한에 고향을 둔 실향민의 마음이 이럴까! 오늘 우리는 이곳에서 발길을 돌리지만, 우리 아이들의 세대엔 더더 북쪽으로 마음껏 오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서울에서 250Km, 우리나라를 동서로 가로질러 닿은 울산바위에서 통일전망대 앞까지. 새벽부터 강행군으로 기분 좋은 피곤함을 느끼며,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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