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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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넘치는 ‘하우스 맥주’ 제조부터 유통까지 시원하게~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맥주 전문점 ‘크래프트원’. 외관은 여느 맥주집과 다를 것 없지만 메뉴판엔 ‘밍글’, ‘연애’, ‘다윗’, ‘아이홉소(I hop so)’와 같은 낯선 이름이 즐비하다. 이래봬도 모두 맥주 이름이 맞다. 이곳에서 직접 개발하고 제조한 수제맥주다. 이 맥주집을 운영하는 정현철 대표를 만나러 크래프트원을 찾은 날,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은 정 대표는 경기 고양시에 있는 양조장에서 돌아오는 길이라며 명함을 건넸다. 거기에는 크래프트원 대신 ‘브루원’이라는 이름이 써 있었다. 브루원은 정 대표가 운영하며 크래프트원에서 판매하는 6가지 수제 생맥주를 직접 생산하는 소규모 맥주 제조장(양조장)이다. 크래프트(Craft)는 수제, 브루(Brew)는 맥주를 양조한다는 뜻. 즉 맥주를 만들고 판매하기까지 전 과정이 그의 손을 통해 이뤄지는 거다. 다음은 정 대표의 설명. “맥주집을 차린 건 2009년, 그러다 2012년에 수제맥주에 도전해보기로 했죠. 그땐 브루원을 설립하기 전이어서 가평 카브루브루어리와 대전 바이젠하우스 양조장 두 곳에서 생산한 걸 받아와 팔았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수제맥주 전문점들이 저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했죠. 그런데 정부 규제가 완화되면서 지난해 브루원을 설립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어요. 이제 맥주 제조도 직접 하니 저만의 레시피로 원하는 맥주를 만들 수 있게 됐어요.” 정현철 브루원 대표가 소규모 맥주 제조장에서 직접 만든 수제맥주를 따르고 있다. 소규모 양조장 맥주 외부 유통 허용수제맥주점 직접 제조까지 뛰어들어 정부는 지난해 2월 완화된 시설 규모(규모 제한 없음)로 소규모 맥주 직매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주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소규모 맥주 제조 면허를 받으면 판매도 가능한데 직매장 규모를 대지 200m2 이상, 창고 100m2 이상으로 규정해 직매장 설치가 쉽지 않았던 문제를 해소한 것이다. 또 제조장에서 판매장까지 맥주를 옮기기 위해선 반드시 배관을 통해야 했던 규제도 삭제했다. 덕분에 사업자는 원한다면 납세증표가 붙은 케그(맥주를 담는 대형 통)를 사용해 간편하게 맥주를 옮길 수도 있게 됐다. 정 대표는 “유량계가 배관에 달려 있어 이를 통해 양을 측정하고 세금을 매겨야 하는 정부의 입장을 알면서도 당시 양조장을 운영했던 동료 사업자들은 배관 설치와 청소의 어려움 등이 많았다”면서 “규제가 완화된 뒤 세운 브루원에서는 100% 케그를 사용해 맥주를 옮기니 별로 어려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와 함께 축제나 경연대회에서 임시 제조면허를 받아 술 제조·판매를 허용하는 규정을 개정 시행령에 신설했다. 서울 이태원, 홍대앞 등의 소규모 맥주 전문점들은 수제맥주 붐을 이끌며 대기업 두세 곳이 장악했던 국내 맥주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수제맥주는 기존의 맥주회사 제품과 비교해 얼마나 색다르고, 다양하고, 섬세한 맛을 표현해낼 수 있는지가 관건. 이 때문에 맥주 전문점들은 고유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양조장을 직접 운영할 필요가 있다. 정 대표는 “특히 최근 들어 소규모 맥주 제조장이 늘어난 이유는 외부 유통 제한을 철폐한 규제개혁의 공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그간 소규모 맥주 제조장에서는 양조장 내 직매장이나 제조자가 운영하는 영업장에만 유통할 수 있었지만 2014년 4월부터 외부 유흥음식업자에게도 유통이 가능하도록 규제가 개선된 것. 때문에 이전까지는 판로가 없는 소규모 맥주 제조자가 자체적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정 대표는 “그나마 2008년 직영 영업장에서는 유통이 가능하도록 규제 개선이 이뤄졌는데 그전에는 유통시킬 판로가 없으니 판매 부진으로 도산하는 업체가 아주 많았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수제맥주 병입 판매 허용과세표준 경감률도 낮춰…수제맥주 ‘붐’ 이어가 규제 완화 이후 비싼 서울 땅에 양조장과 판매장을 동시에 갖추고 있던 맥주 전문점들은 점차 서울 양조장의 설비를 줄이고 시내 외곽에 양조장 설비를 늘리는 추세다. 정 대표는 “맥주를 대규모로 생산해 맥주 전문점 여러 곳에 납품할 수 있게 된 지금 브루원에는 너무 많은 곳에서 납품 의뢰를 해와 오히려 적절히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행복한 고민을 털어놨다. 수제맥주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규제개혁은 올해에도 계속됐다. 그간 수제맥주는 식당 내에서만 즐길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탁주, 약주와 같이 맥주도 병에 담아 외부로 반출할 수 있다. 출고가를 기준으로 하는 과세표준의 경감률도 낮아졌다. 기존에는 출고량 300kl 이하에 대해 일률적으로 경감률 40%를 적용했지만 올해부터는 출고량 100kl 이하에 대해서는 60%를 적용한다. 이같이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수제맥주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걸로 예상된다. 정 대표에게 생존전략을 물었다. 그에게선 ‘연애’를 잘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크래프트원에는 ‘연애’라는 이름의 맥주가 있어요. ‘연남동 애일(Ale : 상면발효 맥주)’의 줄임말이에요. 연남동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를 만들어 유럽처럼 수제맥주를 우리 동네의 랜드마크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그는 이 같은 바람이 이뤄지려면 정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며 “수제맥주의 병입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많은 대기업이 사업에 뛰어들 걸로 보이는데 소규모 맥주가 힘을 잃지 않도록 대기업과 소규모 사업장에 세금을 차별적으로 부과하는 등의 규제 개선이 뒤따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2012년 7억 원이던 수제맥주 시장 규모가 잇단 규제개혁에 힘입어 2018년 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위클리공감][자료제공 :(www.korea.kr)]
- 관리자
- 201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