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매거진
DMZ train 철원평화관광코스
- 작성자서범원
- 작성일2019.04.01
- 조회수751
그림 같은 자연환경과 안보관광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 있을까? 하루 정도의 당일치기여행으로 갈 수 있는 장소가 어딜까? 고민 중이라면, DMZ train을 이용해보길 추천한다. 이번에는 DMZ train 중 하나인 철원으로 함께 떠나보자.
부슬부슬 봄비가 미세먼지를 씻어주던 어느 날, 서울역에서 이번 여행은 시작된다. 화려한 DMZ 기차를 올라타면 열차 내에는 철원의 관광지와 유적지 사진이 전시되어있다. 어쩌면 날로 빨라지는 세상에서 기차는 답답하고 느릴지도 모른다. 비행기나 고속열차로는 금방 갈 수 있는 거리일 것이다. 그러나 천천히 주변을 놓치지 않고 풍경 하나하나 눈에 품을 수 있는 건 기차이기에 가능하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이 있지 않을까? 느리지만 목적지를 향해 묵직하고 일관되게 나아가는 뚝심, 그걸 잃지 않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열차는 오늘도 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창 밖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이윽고 역무원의 자세한 설명이 방송으로 들려온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지난 여행 코스였던 연천, 신탄리역을 지나 백마고지역에 도착하게 된다.
-백마고지역, 두루미마을의 두루미 평화마을체험관-
마지막 역인 백마고지역에 내려서 점심을 먹기 위해 두루미마을로 이동했다. 코스에 포함된 점심은 철원오대쌀로 만든 시골밥상이다. 철원군에서 나는 쌀과 나물반찬들이 입맛을 돋우어준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단체버스에 올라 백마고지 전적비로 향했다. 흩날리는 태극기 수만큼이나 많은 생명들이 사라져간 곳, 백마고지는 6.25전쟁 당시 열흘간 24번이나 주인이 바뀐 곳으로 치열한 전투의 현장이다. 가이드 분의 설명에 의하면 실제 백마고지는 방문이 제한된 지역에 있어 멀리서 볼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다만 이때 희생된 이들을 기리기 위해 전적비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당시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쏟아지는 폭격으로 인해 산이 깎여 백마가 누운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백마고지. 그 정도로 뺏고 뺏기는 전투였기에 사상자와 실종자들도 많았다. 그들의 이름이 백마고지 전적비로 가기 전 비석에 새겨져 있었다.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니 어쩐지 마음이 시큰해진다. 누군가의 아들, 남편이자 형이고 동생이었을 이들의 피로 일구어낸 역사에 발을 디디고 서있는 것 같아 괜스레 죄스러워졌다.
-백마고지 전적비로 향하는 길/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
이곳 자료실에는 전투를 진두 지휘했던 김종오 장군의 이야기와 당시 탄피를 모아 전쟁상황을 그려낸 전투모형도 있다. 여러 자료와 증언을 보면 중공군의 잔인했던 실상을 볼 수 있는데, 전쟁이 인간성이 무참히 파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종오장군/ 탄피를 모아 만든 모형도-
모형도를 보면, 영화 “고지전”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러나 현실은 더 잔인했을 것이다. 철원안보관광을 가기 전 관련 영상물이나 영화를 보고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화면에서 보던 현장이 바로 지척이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받는 감동은 억지스레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자료실을 나가 조금만 걸으면 백마고지 전투 위령탑에 도착한다. 생각보다 그 웅장함에 놀라워하는 사람들의 감탄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가이드님의 설명에 의하면 기도하는 손 모양을 형상화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백마고지 위령탑-
위령탑 뒤 쪽으로는 북한 땅이 보였다. 군사 보안지역이라 촬영이 금지되어있었지만, 날이 흐렸음에도 꽤 뚜렷하게 보이는 북녘의 땅이 참 낯설었다. 다시 차에 올라 이동한 곳은 남한에 단 두 개있는 북한 건축물 중 하나인 “철원 노동당사”이다.
6.25 전쟁 이전 철원이 북한 땅이었기 때문에 이곳에 노동당사가 지어졌다고 한다. 당시 노동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곳이기도 하다. 전쟁 동안 폭격을 받았음에도 그 외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건물 외벽에 보이는 총과 포탄 자국을 보면 그 시절을 온몸으로 겪어왔음이 보여진다.
-철원노동당사-
예전에는 건물의 중앙통로에 출입이 허용되어 내부를 볼 수 있었지만,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들이 낙서를 하기도 하고 노후화된 건물의 안정성 때문에 현재는 외곽에서만 관람이 가능하다.
-노동당사 중앙통로/ 노동당사 전면-
건물의 전면에 위치한 계단을 잘 보면 길게 두 줄로 깨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탱크가 올라간 흔적이라고 한다. 상징적인 의미로 여전히 자리하고 노동당사를 뒤로 한 채 다음 일정으로 향했다.
원래는 멸공 OP 방문 후 금강산철길과 DMZ 철책길을 걷는 코스였으나 군부대의 사정에 의해 변경되었다. 이곳은 군사지역이므로 일정이 변경될 수 있음을 사전에 고지하고 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금강산 철길로 바로 이동했다.
-끊어진 금강산 철길-
금강산으로 향하는 철길은 일제 치하 당시 일본에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분단 이후 끊어져 현재까지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곳은 촬영이 제한된 지역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름다운 풍경에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누르게 되니 조심하자.
-끊어진 철길 너머-
평화롭게 흐르는 강물을 뒤로 한 채 철원 평화 전망대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철원의 전반적으로 안보관광구역과 역사를 소개한다. 그리고 전망대에서는 남과 북이 철책을 사이에 두고 대치점을 이루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철원평화전망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월정리역”. 더 이상 운행되지 못하는 기차가 월정리역에 상징적으로 전시되어있다.
녹슬고 바랜 기차를 보고 있으면 우리 민족의 역사와 시간이 고스란히 와서 닿는 것 같다. 꽤 오랜 세월 남과 북을 달리던 기차가 멈춰선 이곳에서는 시간마저 잠시 흐르지 않는 것 같다.
-달리고 싶은 기차-
이제 다시 서울로 올라갈 시간이다. 백마고지역으로 가서 DMZ기차에 오르면 모든 일정이 끝이 난다. 비록 당일치기 여행이지만, 짧은 시간 함축적으로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철원이란 곳이 단순히 좋은 쌀을 생산하는 지역이 아니라 민족의 혼이 잠들어 있는 역사의 현장이었음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여행이었다. 다시 돌아가는 기차 안은 어째서 아쉬움만 가득한 것인지! 다음 만남을 또 기약해본다. 철원은 아픔을 간직한 채 밝은 미래를 꿈꾸는 곳이다. 이곳으로 오면 이 땅을 위해 희생된 이들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다. 얼마 남지 않은 3월, DMZ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어보자. 후회 없는 시간이 될 것이다.
DMZ train에 대해 자세한 일정과 예약은 아래를 참고하자. (출처:http://www.letskor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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