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물드는 고양, 국제 꽃 박람회

봄은 꽃의 계절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나리나 벚꽃 외에도 다양한 국내외 꽃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꽃 박람회가 고양에서 개최되고 있어 아침 일찍 고양으로 출발했다. 축제장 입구부터 꽃 비가 내리는 듯한 모습에 잠시 넋이 나갔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의 사람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입구에 들어서면 움직이는 예술을 뜻하는 ‘키네틱’, 그 말과 같이 ‘키네틱플라워’는 잔잔한 바람에도 춤을 추는 듯 흔들리며 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춤을 추는 듯 바람에 흔들리는 2천여 본의 서양란 “키네틱플라워”-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사진 찍기 좋은 장소들이 즐비하고, 눈길을 빼앗는 각국의 꽃들이 예쁨을 뽐내느라 바쁘다. 규모가 상당하므로 관람 순서를 어떻게 짜야 할지 어려울 정도이다. 출입구에서 배포하는 안내자료를 꼭 챙기자. 박람회 지도와 프로그램 등이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으므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행사장 양쪽으로 난 꽃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각자의 소망을 담아내는 공간이 나온다.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메시지들이 평화의 비둘기 모양 편지지에 꾹꾹 담겨 있었다. 

 -소망과 희망을 담은 꽃 벽에 걸린 평화의 메시지들-

수많은 작은 소망들을 지나면 여러 가지 형태의 구조물이 보인다. 아시아 화훼 기구 연합인 C.A.F.E 회원국들이 꾸민 국가정원이다. 각 나라의 특징을 살려 조성된 꽃들은 호수 변을 배경 삼아 놓여있었는데 구조물들을 더 돋보이게 해주었다. 그래서일까? 햇살이 호수에 닿아 부서져 꽃들에 닿으면 구경하던 아이들의 해사한 미소가 절로 퍼진다.

-C.A.F.E. 회원국 국가 정원-

이국적인 모습 때문인지 꽃으로 이루어진 설치미술품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기도 했다. 인증사진을 찍는 이들을 보면 관람객 유형이 다양함을 알 수 있다. 나들이 온 가족들, 네가 꽃이라고 외치는 연인들, 잠깐 숨을 돌리러 나온 직장동료들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간일 것이다. 

-꽃 조형물 앞, 즐거운 시간을 담는 방문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플라워 터널을 지나는 사람들-

저마다 다른 빛을 가진 꽃 이야기를 뒤따르다 보면 ‘플라워 가든 파티’ 라는 컨셉의 꽃 터널을 통과하게 된다. 행잉플라워나 소원 풍등이 빼곡히 걸린 터널 아래, 새초롬하게 들어오는 봄볕이 더해지면 몽환적인 분위기가 짙어진다. 해가 지면 LED 조명을 이용해서 더 화려하고 특별한 공간으로 꾸며진다

-동화 속 같은 행잉 플라워 터널-

그림 같은 꽃 터널을 지나면 ‘고양 국제 꽃 박람회’의 마스코트이자 고양시 캐릭터인 ‘고양이’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치명적인 귀여움에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지만, 좀 더 걷다 보면 화훼 관련 실내부스가 나온다.

 -마스코트 고양이-

건물 안에 마련된 다양한 나라의 꽃들과 새로운 품종의 식물, 독특한 아이디어를 접목한 원예 자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곳에서는 똑 부러지는 친구를 한 명 만날 수 있는데, 바로 화면 터치에 음성 안내까지 가능한 로봇이다. 사투리를 쓰며 친근하게 방문객에게 다가와 도움을 주고 있었다. 

-아프리카를 연상케 하는 식물 부스와 정보 설명과 안내를 맡은 로봇이 인상적이다-

건물의 출구 쪽 로비에는 3천여 본의 호접란과 대형 리스로 가득 찬 천정 조경을 볼 수 있다. 마치 핑크빛 꽃 비가 내리는 듯한 낭만적인 공간의 이름은 “춘야희우”이다. 봄밤에 내리는 기쁜 비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정말 꽃이 떨어지는 듯 모양새가 아름다워 방문객들의 감탄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 사이에 서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 켠 물러나 있던 설렘이 피어나는 듯하다. 

-봄밤에 내리는 기쁜 비를 형상화한 핑크 빛 호접란-

이렇게 봄을 그득하게 즐기기에는 ‘고양 국제 꽃 박람회’가 제격이다.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도 지나갔다. 칙칙했던 겨울은 떠나 보내고, 화사한 봄 꽃들로 일상을 물들여볼 시간이다. 자! 이제 꽃향기를 따라 고양으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