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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뉴스

그날의 승전보처럼…옥포바다 시원한 파도소리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16.07.22
  • 조회수1120


우리나라 동·서·남해안과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 등약 4500km의 한반도 둘레를 하나로 잇는 걷기 여행길인 ‘코리아 둘레길’. 그중 남해안길에 해당하는 경남 거제시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을 걷는다. 8.3km 코스인 이 길은 세 구간으로 구성됐는데 이 중 1구간 옥포항~팔랑포마을 약 1.95km, 2구간 팔랑포마을~덕포해수욕장 약 3.45km 등 총 5.4km를 걷는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이이끄는 조선 수군이 왜의 함대를 격파한 옥포해전의 바다를 보며 걷는 길이다. 옥포의 바다에서 그날 울렸던 승전의 환호가 들리는 듯하다.

전장의 바다를 걷다

1592년 5월 4일(음력) 전라좌수영을 출발한 이순신이 이끄는 수군은 원균의 경상우수군과 합류한다. 당시 경상도 수군은 왜군의 기세에 밀려 전투에서고전하고 있었고 원균이 이순신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5월 7일 새벽 거제도 송미포에서 출발해 가덕으로 향하던 조선 수군은 거제도 옥포만에 왜선이 있다는 첩보를 듣고 옥포만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왼쪽은 산, 오른쪽은 바다를 끼고 걷는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 바다와 갯바위 위에 나무데크로 길을 만들었다. 옥포만에는 왜의 전함 50여 척이 주둔해 있었다.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의 함대는 적선 26척을 격침했다. 아군의 피해는 ‘부상 1명’이 전부였다.

왼쪽은 산, 오른쪽은 바다를 끼고 걷는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 바다와 갯바위 위에 나무데크로 길을 만들었다.
왼쪽은 산, 오른쪽은 바다를 끼고 걷는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 바다와 갯바위 위에 나무데크로 길을 만들었다.

등대와 깃발이 있는 옥포만 풍경.
등대와 깃발이 있는 옥포만 풍경.

이것이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왜의 수군을 물리친 첫 번째 승전이었다. 이후 이순신은스물세 번 싸워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

거제시 옥포항에서 출발하는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은 1592년 5월 7일 포연이 자욱했던 옥포만 그 바다, 승전의 함성이 울려 퍼지던 그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옥포항으로 가기 전 옥포시장에 들러 점심을 먹기로 했다. 어느 지방을 가나 전통시장을 들러 사람 사는 구경을 하고 시장 음식을 먹는 게 일이다. 장터 음식에서 뺄 수 없는 게 국밥과 국수다. ‘장 구경’ 나온 사람들 소문을 쫓아 국숫집을 찾아갔다. 담백한 국수 한그릇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길을 묻고 인터넷으로 지도를 보며 옥포항을 찾아갔다. 시장에서 옥포항까지 1km 정도 걸으면 된다. 옥포항에는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항구 맞은편에는 거대한 배들이 보인다. 옥포조선소다. 눈앞의 작은 고깃배와 멀리 보이는 거대한 배와 조선소 시설들은 이 바다가 아니면 보지 못할 풍경이다.

항구 끝에서 길은 시작된다. 바다와 갯바위 위에 나무 데크로 길을 만들었다. 오른쪽은 옥포만 바다고 왼쪽은 산기슭이다. 갯내음과 숲 향기가 길로 접어든 여행자를 반긴다.

데크길이 끝나는 곳에서 내려다본 옥포만 갯바위.
데크길이 끝나는 곳에서 내려다본 옥포만 갯바위.

때로 길은 숲으로 이어지는데 바닷가 낮은 산이지만 하늘을 가리는 나무들 때문에 숲이 깊은 느낌이다.
때로 길은 숲으로 이어지는데 바닷가 낮은 산이지만 하늘을 가리는 나무들 때문에 숲이 깊은 느낌이다.

숲이 끝나는 곳에 팔랑포마을

바다 위에 놓인 데크길이 끝나는 곳에 정자가 하나 있다. 정자에서 잠시 쉰다. 정자 아래 갯바위를 바라본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의 조선 수군이 왜의 군함을 격침하는 그 순간과 함께한 갯바위가 지금은 길에서 쉬는 여행자의 시선을 받아주고 있다. 외국인 남자 둘이 정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외국인 남녀 한 쌍은 정자를 지나쳐 옥포항 방향으로 걷는다. 그러고 보니 이 길에서 본 사람 중에 우리나라 사람보다 외국인이 더 많다. 평일인데도 이길에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바닷바람에 땀을 말리고 물 한 모금 마신 뒤 가파른 철제계단을 올라간다. 길은 숲으로 들어간다. 바닷가 낮은 산이지만 하늘을 가린 나무들 때문에 숲이 깊은 느낌이다. 간혹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는 걸음을 멈추고 바다를 바라본다.

‘옥포해전에서 왜선 중선 2척을 격침하는 등 많은 해전에서공을 세우고 부산포해전에서 전사한 녹도만호 정운.’ ‘옥포해전에서 경상도 수군과 합세하여 5척의 왜선을 격침시키는 공을 세운 지세포만호 한백록은 한산도해전에서 부상을 당했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미조항 부근에서 전사했다.’ ‘옥포해전에서 선봉장으로 참전하여 경상우수군과 함께 적선 5척을 격침시킨 옥포만호 이운룡은 임진왜란이 끝날 때까지 경상도 수군으로 전쟁에 임했다.’

숲길에서 만난 안내판에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과 함께한 여러 명의 장수와 군사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그들의 공과 죽음에 대한 글을 읽고 걷는 걸음에 무게가 실린다. 나라를 지키려고 떨쳐나선 그날의 포성이 환청인 듯 귓전을 스쳐간다.

숲길이 끝나는 곳에 팔랑포마을이 있다. 바닷가 바위 위에 세워진 정자에서 잠시 쉬었다가 마을로 내려선다. 몽돌 깔린 작은 해변 앞 마을도 작다. 파도 소리 들리는 마당에서 어디론가 부칠 짐을 꾸리고 있는 아주머니의 손길이 분주하다. 대문 앞 빨래건조대에 널린 빨래가 바닷바람에 마른다. 그 흔한 개 짖는 소리도 없는 마을에 파도 소리가 있어 적막이 깊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덕포해수욕장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사진은 숲길에서 바라본 덕포해수욕장.
길이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덕포해수욕장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사진은 숲길에서 바라본 덕포해수욕장.

옥포대첩기념관으로 가는 길임을 알려주는 이정표.
옥포대첩기념관으로 가는 길임을 알려주는 이정표.

옥포대첩기념공원에서 덕포해수욕장까지

여름 한낮의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팔랑포마을을 지나간다. 바다가 보이는 오솔길에 낡은 나무의자가 놓였다. 개망초꽃이 의자의 틈 사이로 웃자랐다. 오래되고 낡아가는 의자와 새롭게 피어난 새 꽃이 어우러졌다. 그 한 장면이 어떤 유혹보다 강하게 걸음을 멈추게 한다.

고기 잡는 그물망과 나뭇가지로 집 뒷산 텃밭과 오솔길의 경계를 구분한 울타리가 바다와 겹쳐 보인다. 오솔길 끝은 도로다. 도로를 만나면 오른쪽으로 걷는다. 옥포대첩기념공원으로 가는 길이다. 길가에 놓인 의자에 고양이 한 마리가 엎드려 잔다. 머리 하얀 할아버지가 고양이 옆에서 바다를 보며 앉았다. 아무 말도 없다. 가끔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거나 목을 간질이는 게 할아버지가 하는 몸짓의 전부다. 고양이는 눈도 뜨지 않고 편안하게 잔다. 저 아래 옥포의 바다가 배경이 된다.

옥포해전의 승리와 이순신 장군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만든 옥포대첩기념공원에는 기념관, 이순신 장군 사당, 기념탑 등이 있다.
옥포해전의 승리와 이순신 장군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만든 옥포대첩기념공원에는 기념관, 이순신 장군 사당, 기념탑 등이 있다.

옥포대첩기념공원은 옥포해전의 승리와 이순신 장군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 기념관과 이순신 장군 사당, 기념탑 등이 있다.

기념관을 둘러보고 나와 왔던 길을 되짚어 간다. 길 오른쪽에 덕포해수욕장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를 따라 산길로 접어든다. 덕포까지 1.64km 남았다. 1.64km의 숲길은 호젓하다. 우거진 숲길은 햇볕도 걸러든다. ‘숲터널’ 같다. 옥포항~옥포대첩기념공원 구간에 비하면 사람이 드물다.

숲길이 끝나기 전에 또 한 번 시야가 트인다. 도착 지점인 덕포해수욕장이 보인다. 덕포해수욕장에 가까워질수록 바닷가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숲에서 나와 작은 다리를 건너 덕포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한 작은 해변에는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이 많다. 물놀이, 백사장 모래놀이에 정신없는 건 아이나 아빠나 한가지다. 파라솔을 펼치고 의자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는 외국인들도 눈에 띈다.

파도 소리, 웃음소리 퍼지는 바다 위로 외줄에 매달려 바다를 가로지르는 ‘시라인(Sea Line)’을 즐기는 청춘남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전장의 바다에서 피어난 젊음의 바다다. 여름날 이야기가 길 위에서 푸르다.

해금강·신선대·바람의 언덕… 와 봐라! 반할끼다

해금강

우제봉 앞에 떠 있는 바위 섬이 해금강이다. 그 모습이 금강산 해금강을 방불케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절경을 자랑한다. 해금강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해금강을 돌아볼 수 있다. 해금강 풍경의 백미는 우제봉의 아침 풍경이다. 해 뜨기 전에 우제봉 전망대에 올라가서 일출을 본다. 그 시간이면 해금강 주변 항구를 드나드는 고깃배들이 분주하게 바다를 가르며 질주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활기찬 새벽이다.

우제봉에서 내려와 해금강 식당과 숙박업소가 있는 마을 골목길로 내려가면 작은 어항이 나온다. 어항 옆 널찍한 갯바위에서 바라보는 해금강 풍경도 괜찮다. 해금강 옆 작은 바위가 사자바위인데 사자바위와 해금강 사이로 해가 뜨는 때라면 일출 촬영 포인트로도 손색없겠다.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거제 해금강. 해 질 무렵 사자바위 위로 갈매기가 평화롭게 날고 있다.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거제 해금강. 해 질 무렵 사자바위 위로 갈매기가 평화롭게 날고 있다.

해 지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

다대리에서 남부면 방향으로 가는 길, 저구사거리에서 동부면 방향으로 가는 오르막길로 접어들어 조금만 가다 보면 길 왼쪽에 전망 좋은 곳이 있다. 장사도, 죽도, 용초도, 비진도 등 바다에 뜬 섬들 위로 해가 지는데 그 풍경이 볼 만하다. 낮달이 떠 있는 날이면 해와 달이 한 하늘에 떠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가던 날은 구름에 가려 해는 볼 수 없었다. 일몰 시간대에 파란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소실점 언저리가 울긋불긋 빛을 발하더니 잦아든다. 그 풍경도 보기 좋았다.

신선대 

함목삼거리에서 해금강 방향으로 들어가다 보면 길 오른쪽에 신선대가 보인다. 신선들이 놀던 곳이라는데 언뜻 보기에도 그럴 만하다. 신선대로 내려간다. 파도에 뱃머리를 높이 올린 모양의 거대한 바위층이다. 겹겹이 쌓인 지층이 끊어지고 뒤틀리고 융기된 모습 앞에서 사람들은 놀라는 모습이다. 부서지는 파도가 포말을 날린다. 바로 옆 작은 몽돌해변으로 파도가 드나들 때마다 소리가 공명한다. 소리에 취하고 풍경에 취한다. 발치에 반짝이는 작은 꽃을 본다. 바위와 바위 틈 사이에 밥풀처럼 옹송그리며 피어난 생명의 꽃이 바다 앞에서 당당하다.

‘신선들이 놀던 곳’이라는 의미의 신선대는 겹겹이 쌓인 지층이 끊어지고 뒤틀리고 융기된 모습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신선들이 놀던 곳’이라는 의미의 신선대는 겹겹이 쌓인 지층이 끊어지고 뒤틀리고 융기된 모습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바람의 언덕

함목사거리에서 해금강 방향으로 들어가다 보면 길 왼쪽 바닷가 언덕에 예쁜 풍차가 하나 보인다(신선대로 내려가는 길 반대편 방향이다). 길을 따라 간다. 풍차를 지나 바닷가 언덕 풀밭 의자에 앉는다. 바다 저편에 외도와 내도, 학동몽돌해안도 보인다.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길 도장포유람선 선착장과 그 위 산기슭 마을의 풍경도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다. 또 하나, 큰 도로에서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길목 초입에 앉아 해산물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거북손과 보말, 소라를 빼 먹는 맛이 쏠쏠하다.

언덕 위에 예쁜 풍차가 있는 바람의 언덕.
언덕 위에 예쁜 풍차가 있는 바람의 언덕.

거제의 음식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을 걷기 전에 옥포시장에서 먹은 잔치국수. 콩나물과 호박이 고명으로 들어간 국수다. 간이 강하거나 거칠지 않고 담백하다. 옥포시장에서 10년 정도 됐다고 한다. 해가 질 무렵 도착한 해금강에는 횟집들이 대부분이다. 횟집에서 한 끼 식사로 먹을 수 있는 회덮밥, 김치찌개, 해물된장찌개 등도 판다. 한 횟집에서 해물된장찌개를 시켰다. 간이가스레인지에서 끓이면서 먹는다. 된장과 해물 맛이 끓일수록 진해진다.

콩나물과 호박이 들어간 잔치국수, 해물된장찌개 등 소박한 먹을거리가 기다린다.
콩나물과 호박이 들어간 잔치국수, 해물된장찌개 등 소박한 먹을거리가 기다린다.

글 사진 · 장태동 (여행작가)

[위클리공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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